By 518seoul on May 27, 2014
할머니의 발걸음
문현고 3학년 배시완
상여를 따라가는 마치 만장기처럼
봄바람에 날리고 휘날리는 저 붉고 흰 꽃잎들
크고 작은 나무마저 고개 숙인 나뭇가지에 걸린 햇살은
할머니의 어눌한 걸음걸이를 살며시 감싸주지만
아들의 묘비를 부여잡고 눈물로 오열한다.
얼음 같은 석비를 나란히 보고 선 할머니와 나
금방 용광로처럼 요동치는 내 왼쪽 심장,
잠시 후 내 작은 목울대가 문득 꿈틀댄다.
오늘 참배하는 사람들로 여기저기서 수많은
흰 국화꽃들이 송이송이 피어나서는
국화꽃 향내음이 그날의 함성처럼 퍼지고
그윽히 코끝이 찡하고 눈시울이 시릴 즈음
할머니는 다시금 나 몰래 눈가 눈물을 훔친다.
어느새 덩달아 핏줄을 속이지 못할 듯 슬퍼지고
나도 모르게 힘주어 눈 질끈 감으면
삐져나온 눈물이 풀잎의 아침 이슬처럼 맺힌다.
이윽고 일어서보지만 몇 해를 얼마나 그러했는지
구부러진 할머니의 키는 묘비와 동무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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